주식, 정말 안 되는 건가...

하루하루 손실이 늘며 계좌가 최저점을 경신할 때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하나' 싶기도 하다. 시장 자체가 하락한다면 그 핑계라도 대보겠지만, 시장은 멀쩡하거나 오히려 오르는데 내 보유종목만 하락하면 '내가 정말 유별난 바보인가' 싶기도 하다. 전에 했던 실수를 하나하나 고친 것 같은데 계좌는 그 때에 비해 더 떨어져있으면 '주식은 정말 안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뭘 해도 손실, 뭘 하지 않아도 손실, 이럴 땐 '정말 뭘 어쩌라는 건가' 싶기도 하다. 

주식으로 돈을 잃은 대부분이 밟았던 길을 결국 나도 그대로 따르는 건가.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충분히 애를 쓴 것 같은데, 결국 나도 그들과 다를 게 없는 건가. 하긴 그들이라고 나만큼 노력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죄다 바보여서 돈을 잃었을까. 나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을지도 모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했다면... 내 노력은 부끄러운 수준도 못 될 수 있다. 

손실이 늘 때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들이 문득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식판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절망적인 얘기들이다. 내 얘기가 아니라고 여겼던 그 얘기들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One might say : "The average man never makes a success of Tape Reading."

Richard D. Wyckoff의 Studies in Tape Reading에 있는 말. 주식판에서 대부분의 개인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며, 단지 불평이 아닌 엄연한 사실이다. 

Right you are! The average man seldom makes a success of anything. 

이유는 간단하다. average는 average이니까. 운전자의 대부분이 자신의 운전 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한다는, 그 '평균'과 같은 average다. 

Success in this field usually results from years of painstaking effort and absolute concentration upon the subject. It requires the devotion of one's whole time and attention to the tape. He should have no other business or profession. "A man cannot serve two masters," and the tape is tyrant. 

- Studies in Tape Reading, Richard D. Wyckoff.

도대체 나는 주식을 얼마나 얕잡아 봤던 건가. 

부끄러운 기분이고, 한편으로는 정신이 들기도 한다. 더 열심히 하자는 다짐과는 다르다. 트레이딩이라는 일이 어느 정도의 일인지 되새기는 것이다. 주식으로 수익을 낸다는 게 어느 정도의 일인지, 주식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을 감당할 수 없으면, 지금이라도 주식을 그만두는 게 상책이다. 그것을 감당하겠다면,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고. 

주식은 원래 어렵고, 어려운 것 이상으로 어렵다. 

주식이 특별히 더 어려운 건 아니다. 다 그렇다. 뭐든 평균 이상이 되는 건 어렵다. 다만 어떤 분야는 평균 보다 뭇해도 먹고살기는 할 수 있지만, 주식은 그렇지 않다. 극소수만 돈을 버는 주식판에서 평균 이하는 비참하게 퇴출당한다. 말이 좋아 비참한 퇴출이고, 최대한 좋은 말로 해서 비참한 퇴출이다. 

주식판에서 돈을 벌려면 그런 유형의 각오가 필요하다. 노력은 노력대로 해도 그 끝은 비참할 수 있다.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게 먼저일지, 노력이 시간과 돈만 잡아먹은 백일몽에 그칠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건, 주식은 그런 것이라는 거다. 

여기서 주저앉을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 계속 할지...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