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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매일 시장이 오른 이유, 떨어진 이유를 쓴다. 시장 등락이 정말 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언론이 뭘 숨기거나 거짓말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먹고 살아야 하니까 뭐라도 쓴다. 남의 밥줄을 두고 뭐라 하는 게 아니다. 많은 시장 참여자들도 이유를 찾는다. 인간은 원래 뭐라도 해야 한다는 본능이 있다. 


매일매일의 시장 등락에 대해 가장 솔직한 기사는 아마도 이런 것일 거다. 

Stock Surge, Reasons Unknown; May Be Nothing More Than the Random Fluctuation of a Complex System. - FREAKONOMICS


일상적인 변동률을 넘어서지 않는 등락은 어떤 명분을 반영하기 보다는 일종의 소음이다. 그런 등락에 이유를 붙이려는 태도는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A 때문에 A-1로 움직였다'는 식은 마치 시장의 움직임을 안다는 오만에 불과하다. 다음에 A라는 일에 시장이 Z로 움직였을 때, 그것이 착각이었음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장과 주가

통상범위를 넘어서는 등락, 방향을 바꾸는 수준의 등락이 아니라면, 어제오늘의 등락에 뭔가 새로운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정치가 어쩌니 경제가 어쩌니 특정 기업이 어쩌니 하며 시장이나 종목의 등락에 일일이 토를 다는 건 트레이딩에 해가 된다. 

그러나 돈을 잃는 트레이더의 대부분은 정치 탓 경제 탓 종목 탓... 본인 스스로를 제외한 모든 것을 탓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함으로써 손실 고통이 줄어든다고 착각하거나, 단순히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자신이 없는 거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 즉 스스로의 매매 원칙에 대한 믿음이 없고, 이미 숱하게 어긴 적이 있어서 앞으로 지켜나갈 자신이 없다. 매일 매일의 등락에 동요하지 않을 심리를 갖추지도 못한 탓이다. 그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돈을 잃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나를 알자. 정치 경제, 시장을 아는 것보다 나를 아는 게 우선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어차피 시장은 내가 신경을 쓰든 말든 오르락내리락 한다. 등락 원인을 알아가는 게 '경험'이라고? 전에 올랐던 이유로 내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흔하다는 걸 알게 될 때쯤엔 이미 시장에서 퇴출 당한 후가 될 수도 있다. 그 경험을 쌓으며 쓴 수업료인데, 정작 그걸 써먹을 기회는 없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는 수없이 많은 기회가 있다. 기회 같은 건 얼마든지 놓쳐도 된다. 계좌를 지키며 살아 있기만 한다면. 중요한 건 왜 올랐고 왜 떨어졌는가가 아니다. 그렇게 오르고 떨어질 때 내 심리는 어땠는지 내 대응은 어땠는지를 복기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 심리, 내 원칙, 내 계획을 흔들림 없이 지키려는 노력이 내 계좌를 지켜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걱정 불평할 시간에 스스로의 예전 매매 기록을 한번 더 보는 게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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