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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더 내린다...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불과 얼마 전에는 싸다는 기사들을 봤는데. 그리고 그보다 전에는 더 오를 거라는 기사들을 봤고. 이 과정에 닿는데 6개월 걸렸다.  

시장에는 언제나 오른다는 의견과 내린다는 의견이 있다. 오를 때는 내린다는 의견이 눈에 잘 띄지 않고, 내릴 때는 오른다는 의견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심리의 영향이다. 


최근 지수를 끌어 내리는 명분은 보호무역, 강달러 정도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법인세 인하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강달러. 시장이 오른다고 할 때도 있던 내용이다. 

보호무역으로 인해 대공황이 재연될 거라는 의견을 처음 본 게 지난 2월이다. 설마 했던 보호무역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나온 의견이다. 또한 법인세 인하와 금리 인상은 지난 2월 보다도 훨씬 전 부터 있던 내용이다. 이것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물론 그랬고. 그런데 당장 달러 강세가 나타나지 않자, 달러 강세를 주장했던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그동안 상황이 바뀌어서 달러 강세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말을 바꿨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달러는 강세가 됐다. 


어쨌든. 시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것을 정상이라고 한다면, 시장의 의견이 한 쪽으로 쏠리는 건 비정상이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그런 비정상을 묵인하지 않는다. 시장은 언제나 제 할일을 한다. 지금의 시장도 제 할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부터 손실을 입었다면, 그건 전적으로 내 심리가 선택한 결과다. 모두가 더 오른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 때(찾아보면 위험을 경고하는 의견도 충분히 있었으나) 위험을 무시한 내 심리. 추상적 가치를 운운하며 싸다고 말들을 할 때도 시장에서 보내오는 메시지를 묵살한 내 심리. 다들 손실을 보고 있을 테니 내 손실도 이 정도면 괜찮다는 전형적인 군중심리. 이런 심리가 손실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보호무역과 강달러를 명분으로 시장이 더 하락한다면, 그것은 차트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여기며 기다리는 게 최선일 것이다. 시장의 폭락은 시장이 급등할 때 의미가 있지만, 이미 하락이 진행 중일 때의 폭락은 저점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뜻인 경우가 많다. 

만약 하락에 써먹기 좋은 새로운 명분이 시장 심리에 들어온다면, 지금이 '지나고 보니 고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명분이 뭐가 있을지는 내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막연한 공포는 트레이딩에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케이스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하락을 맞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시장은 분명히 신호를 준다. 그것을 무시할지,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내 심리의 문제이고. 

물론 시장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를 수도 있다. short seller가 아니라면, 이것을 바라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시장은 또 신기하게도(사실 거의 매번 그러므로 신기할 것도 없지만), 그런 바람이 있을 때는 결코 오르지 않는다. 더 이상 상승의 희망이 사라지고,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 마저도 희미해지고... ... ... 그냥 그럴 때 시장은 어느새 올라 있곤 한다. 


연고점 대비 코스피 -12.96%, 코스닥 -18.78%(18.07.23 종가 기준)

숫자를 보면, "어?" 혹은 "아..." 싶다. 심리적으로는 최근의 하락이 꽤나 커 보였는데, 계좌를 보면 시장도 많이 떨어졌나보다 싶은데, 그에 비해 시장의 하락폭은 '저거 밖에 안 떨어졌다고?' 싶을 정도의 숫자다. 물론 지수가 저 정도 빠졌으면, 개별 종목은 일반적으로 하락폭이 더 크다. 그리고 그나마 가만히 갖고만 있거나 손절 후 현금을 보유했더라면, 시장의 하락에 비해 손실율이 적거나 비슷할 수도 있다. 시장의 하락에 비해 손실이 큰 건 전적으로 내 문제다. 시장이 하락할 때 종목들은 시차를 두고 더 떨어지거나 덜 떨어지거나 할 뿐, 어차피 대부분 떨어진다. 저평가네, 모멘텀이네... 나랑 상관 없는 얘기다. 


시장은 다시 오를 수도 있고,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더 떨어질 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오르기를 기대하는 사람을 하나라도 줄여야 시장은 마침내 올라볼까 할 것이기 때문에, 나 하나라도 그 기대를 줄이는 게 좋다. 또한 더 떨어질 것을 대비해서 나쁠 것도 없다. 추가하락을 대비한다는 게 다 팔아버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불필요한 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다. 떨어지는 중에 물타기만 하지 않아도 하락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다. 

그러다 갑자기 오르면? 그런다고 나쁠 게 뭐가 있나. 보유분이 있는데. 물론 '저가에 더 샀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떤가. 코스피 2300, 코스닥 800에 더 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 않는가. 인간은 그렇게 간사하다. 어느 시점이든 지수가 오르기 시작한다면 '저가에 더 샀더라면' 하는 생각은 들 것이고, 그런 생각이 드는 한 결국 '돈을 잃는 대부분'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최저점을 잡겠다는 모든 시도는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딱 1번의 실패와 점점 가까워지게 될 뿐이다. 


기간 조정 - 9월 / 가격 조정 - 코스피 2190, 코스닥 740. 

애초에 내가 그려본 시장의 움직임. 처음 조정 가능 범위를 그려볼 때, 설마 저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겠나... 싶었는데, 지금 보면 얼마 남지도 않았다. 내가 본대로 간다고 해서 좋을 건 없다. 다만, 그 가능성에 조금이나마 대비를 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거고. 어쨌거나 시장은 지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 할일을 하고 있다. 그 밑으로 하락할 신호가 없다면, 괜찮은 수준의 조정이 진행중인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추가하락 신호가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는 것, 그 전까지는 조정이 마무리되길 차분히 기다리는 것, 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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