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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공포 마켓의 주인과 호구

헌책방IC 2018. 4. 7. 12:11

공포는 트레이더의 적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공포를 밀어내려 하지만, 주변에서 끊임없이 공포를 강매하려 든다. 말은 그럴싸하다. 나를 걱정해주는 척, 나를 퍽이나 위해 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들이 나를 위해 그럴 이유가 뭐가 있겠나. 마땅한 이유 없이 그럴 리가 없다는 건 그것이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공포 장사꾼. 공매도 세력과 언론. 


목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싸움닭 목계는 적이 없다. 적이 없으니 싸움에서 질 리도 없다. 트레이더에게도 평정심은 지지 않을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다. 평정심만 잃지 않으면 몇 대 맞을 수는 있어도 지지는 않는다. 패자의 게임인 주식판에서 지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이긴 것이다. 상대를 두들겨 패지 않아도 평정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공포 장사꾼이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두들겨 패야 한다. 같은 주식판이지만 트레이더와 다른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리그는 승자의 게임이고, 이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뭔가를 더 잘해야 한다. 실수를 줄이는 사람이 이기는 패자의 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의 룰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회만 있으면 트레이더를 두들겨 팬다. 목표는 단 하나다. 평정심을 무너뜨리는 것. 평정심만 무너뜨리면 돈은 저절로 들어온다. 평정심을 잃은 트레이더는 자멸하기 때문이다. 왜 때리냐고 따지는 건 스스로 호구라고 밝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포 장사꾼에게는 평정심을 잃고 덤비는 그들이 바로 돈을 캐는 노다지다. 


There is money in poverty. 


복권을 파는 건 돈을 벌기 위함이지, 누구 하나 부자 만들어주려는 게 아니다. 돈 많은 사람은 그래서 복권 같은 건 사지 않지만, "돈, 돈" 하는 사람에게는 팔기 쉽다. 공포 장사꾼이 이걸 놓칠 리 없다. 겁에 질려 주식을 던지게 하고, 복권처럼 돈을 벌 수 있다고 포장해 주식을 사게 한다. 한동안 푼돈 벌이만 하던 공매도 세력이 한목 단단히 챙길 대목을 만난 것이다. 돈 많은 고객도 오면 좋겠지만, 그들은 여간해서 넘어오지 않는다. 그들이 진짜로 많이 갖고 있는 건 돈 보다 평정심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공매도 세력만큼이나 신나는 게 언론사다. 본래 언론의 기능엔 사회 고발 등 부정적인 면을 보도하는 게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뉴스는 희망적인 내용보다 위기를 부각시키는 데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그런 언론에게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돈 밭이다. 돈이 궁하다 싶으면 아무거나 갖다 붙인 '위기설'을 만들어 낸다. 마침내 하락의 피크엔 돈을 잃은 사람들이 떨어진 이유를 찾아 몰려든다. 


그런데 기자도 이유를 모르긴 마찬가지다. 이유를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언론은 떨어진 이유를 밝혀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조회수로 돈을 벌 뿐이다. 이번엔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번 위기는 예전과 다르다'는 문구는 빠지지 않고, 월급쟁이 영업사원에게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붙여 위기를 부채질 한다. 덕분에 시청률도 올라가고 광고도 팔린다. 


여기서도 돈 많은 사람들은 꿈쩍도 안 한다. 그런 건 대중을 위한 것이고, 자신들에게는 좀 더 급이 높은 영업사원이 따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상품도 다르다. 대중이 원하는 상품과 VIP가 원하는 상품은 당연히 다르다.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VIP에게는 팔 수 있는 상품도 더 많다. 시간, 여유, 인내. 그리고 주식. 대중이 공포에 사로잡힌 그 때가 주식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때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Giving in to your fear is not a sound strategy. 


억지로 판 사람이 잘못일까, 덥석 산 사람이 잘못일까. 다른 판에서는 고민의 여지가 있지만, 주식판에서는 산 사람이 잘못이다. 정확히 말하면 '산 것' 자체 보다는 '평정심을 잃고 산 것'이 잘못이다. 억울해도 소용없다. 이 게임의 룰이 그렇다. 주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돈을 버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내가 그 룰을 바꿀 수도 없고, 언론사가 그런 거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게끔 매출을 올려 줄 수도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든가, 떠날 게 아니면 절 법을 따라야 한다. 다음부터는 공포에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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