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못 벌면 굶어 죽나

수익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말. 수도 없이 들은 프로의 조언이다. 그들은 늘 지키기 어려운 말만 한다. 반대편에선 수익을 얻으려는 게 아니면, 뭐 하러 주식을 하느냐는 말도 한다. 가만 보면 서로 비슷한 의미인데, 정작 말은 반대로 한다. 어쩌면 프로의 경험담을 한 번에 받아들이려는 게 욕심일 수도 있겠다. 

수익은 상승이 나와야 구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워렌 버핏은 가격수용자가 되어선 안 된다고 했지만, 추세 추종 매매는 절대적으로 가격을 수용해야 한다. 시장의 변덕도 가격의 일부분이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추세 추종이 아닌 '묻지마 투자'에 전념하는 게 낫다. 

나는 왜 수익에 집착하나. 

궁금할 것 없는 당연한 의문 같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다. 수익에 집착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인데, 딱히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집착도 줄어들 것이다. 

월급쟁이일 때는 주식이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이었는데, 주식쟁이가 되니 주식은 벌기만 바라는 것이 되어 버렸다. 월급쟁이를 하면서 좀 벌었다고 주식쟁이가 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왜 어리석은 착각인지... 그 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월급쟁이가 돼서 주식을 할 건 아니니, 이 얘기는 할 거 없다. 

어쨌든.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수익에 대한 집착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짐작은 유효하다. 그래서 이 얘기를 하자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에 '당장'을 넣어볼 수 있다. '돈을 당장 벌지 않아도 된다면' 당장은 수익 집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다. 

In trading, it's not about how much you make, but how much you don't lose. 

- Bernard Baruch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돈이 없어 비참한 여생을 보내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 이것 때문에 수익에 집착하지만, 이런 심리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수익이고 뭐고, 일단 버텨내며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심리는 스스로를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다. 따라서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부터 달래야 한다. 

지금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내일 쯤 굶어 죽나? 그게 아니라면, 다음 달 쯤? 아니면 한 1년쯤? 그렇다면 오늘은 수익에 집착할 필요 없다. 오늘 못 벌어도 굶어 죽는 게 아니라면, 오늘은 수익 말고 원칙과 계획에 집착하면 된다. 올바른 원칙과 계획을 지키면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에 집착하면 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믿음 대신 의심을 키웠고, 결국 자랄대로 자란 의심에 굴복해서 포기를 선택한다. 

수익이 집착한다고 생기는 거면 주식이 얼마나 쉽겠나.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지 않나. 그렇다면 관건은 손실을 줄이는 것, 손실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주식을 잘하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잘 모르지만, 주식으로 망하는 확실한 방법은 알고 있다. 그것은 심리가 무너지는 것이고, 심리가 무너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손실 때문이고 일부는 실현하지 못한 평가이익이다. 

따라서 손실이 심리를 흔들 때까지 방치하지 말고, 어제는 있지도 않았던 평가이익이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하지도 말아야 한다. 기껏 오르다가 본전가로 떨어지면 '잃지는 않아 다행이다'하며 팔면 그만이고, 팔았는데 오르면 그냥 '내 몫이 아니었나보다'하는 게 심리를 지키며 오래 버틸 수 있는 길이다. 여기에 '오래 버티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믿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프로의 조언을 절반 이상은 지키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