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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올바른 매매실적 평가기준

헌책방IC 2018. 4. 16. 10:11

지수가 오를 때 못 오른 종목에 불만을 갖거나, 지수가 내릴 때 버틴 종목에 안도하는 시장 참여자가 많다. 초보 뿐만 아니라 자칭 전문가라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종목이나 상승장에서 가장 먼저 치고 올라가는 종목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만 들으면 '그런가' 싶기도 한데, 생각이라는 걸 해보면 '그런가?' 싶다. 


지수는 종목이 올라야 오른다. 지수는 결과값이라는 말이다. 지수가 오른다고 모든 종목이 오르지 않는다. 단지 지수가 오르면 상승 기대감이 생기니 따라 올라가거나 지수 파생상품 덕분에 덩달아 오르기도 한다. 물론 하락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특히 하락장에서 덜 떨어진 종목은 시간 차이일 뿐, 결국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또 떨어지지 않은 이유가 단순히 거래가 없어서인 경우도 아주 많고. 


지수는 내 종목의 등락을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며, 내 매매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은 더더욱 아니라는 거다. 성급한 트레이더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오르는 지수를 보고 매매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언론은 '상대적 소외감'이니 어쩌니 하며 심리 동요를 부추긴다. 반면 프로는 원칙에 맞지 않는 추격 매수는 하지 말 것이며, 다른 사람과 자신의 매매 실적을 비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지수보다 상승률이 낫다고 마치 내가 드디어 돈을 벌 실력이 된 마냥 적극적으로 매매했다가 결국 다 까먹은 경험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다. 매매의 일관성을 잃어 생긴 손실로 지수와 수익률 격차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것을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직 까먹을 여유가 있다고 자만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역시' 자만을 반드시 응징한다. 


지수는 남의 돈으로 주식 매매를 하는 월급쟁이나 쓸 만하다. 벤치마크 보다 잘했으니 밥값 이상 했다고 주장할 때 쓰는 척도로 좋다. 연간 내지 월간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과 같은 특정 기간 수익률은 대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해가 바뀌었다고, 달이 찼다고, 시장이 새로 바뀌어 새 출발을 하는 건 아니다. 


Don't compare yourself to others. 


돈을 번 것을 자랑하는 사람은 돈을 잃는 중이거나 앞으로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자랑을 할 만큼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돈 벌었다는 소리를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이유다. 정말로 돈을 버는 프로는 수익 자랑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굳이 자랑거리로 삼는 게 있다면 원칙을 지킨 매매일 것이다. 


지수 상승에 편승하지 못한 트레이더가 반드시 뭔가를 잘못하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프로 역시 지수에 비해 못할 때가 있다. 다만 프로는 지수로 자신의 매매실적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상관 하지 않는다. 프로가 아닌 대부분만이 마치 맡겨 놓은 돈을 내놓으라는 듯 투덜대며 안달할 뿐이다. 


지수가 오른다고 해서 나를 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지수가 올라도 시장 참여자의 절반 이상은 돈을 못 벌거나 심지어 잃는다. 객관적 수치가 없어 못 믿겠다면 지금 당장 계좌를 열어보면 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식시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찬가지이고, 프로라고 다르지 않다. 


다른 어떤 것도 볼 것 없이, 오로지 원칙. 


프로는 그저 매매원칙을 일관되게 지키고, 그것으로 스스로의 매매실적을 평가한다. 원칙을 지킨 날은 누가 뭐래도 수익이 난 것이다. 손실이 뻔히 찍혔는데 수익이 났다고 자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평가손실은 평가손실일 뿐이고, 손절은 트레이딩에서 얼마든지 있는 일이다. 평가손실에 위축되고 손절을 미루다 손실을 키우는 것이 프로가 생각하는 손실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심리적 손실이기 때문이다. 금전적 손실은 심리 게임에서 손실로 치지 않는다. 게임 참가비일 뿐이다. 


단기로는 누구나 손실이 날 수 있고, 수익이 난다고 해도 장기적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그러나 단기를 넘어선 기간 동안 손실중이라면 심리 게임에서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수가 됐든 돈을 벌었다는 주변 사람이 됐든,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는 이 게임의 생존방법을 배우고 실천한 끝에 돈을 벌었다. 앞 뒤 관계를 명확히 따져야 한다. 여전히 허우적대는 심리로 프로처럼 수익이 나길 바라는 것도 당연히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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