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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기록과 복기 없이 수익 없다

헌책방IC 2018. 4. 21. 13:20

트레이딩 과정 중에 가장 귀찮은 부분이 아마도 기록이다. 그런데 이 기록 없이는 트레이딩 실력을 향상할 수 없다. 회사 조직의 일 처리를 문서화하는 것처럼, 트레이딩의 모든 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계획, 과정, 결과. 그 어떤 것 하나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건 없다. 다만 그게 귀찮아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고 싶은 것일 뿐. 


기록한다는 것을 다시 보기 위한 용도로만 생각하면, 기록의 유용성을 절반 이상 놓치는 것이다. 기록에는 통제의 기능이 있다. 트레이더는 스스로를 원칙과 계획 범위 내로 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 효과적 수단이 바로 기록이다. 


과잉매매를 통제할 수 있는 기록 


트레이딩 중에 평정심을 잃거나 애초에 잃을 평정심도 없다면 과잉매매에 빠지기도 한다. 수익을 눈덩이처럼 불린다면야 과잉매매가 나쁘다고 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잉매매는 손실 상태에서 이뤄지고, 얼마 안 되는 수익마저 갉아먹곤 한다. 과잉매매의 절대치는 없지만, 평소보다 매매가 과했다면 분명히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유도 없이 그저 평정심을 잃은 결과였다면 반드시 고쳐야 할 실수다. 


매매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이런 실수를 고치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단 1주를 매매하더라도 어느 자리에서 왜 그랬는지 기록하려다 보면, 쓸 만한 이유가 없거나 단순히 쓰기 귀찮아서라도 불필요한 매매를 하지 않게 된다. 불필요한 매매 덕분에 얻었던 수익이 눈에 밟힌다면 기록과 상관없이 계속 불필요한 매매를 반복하면 된다. 하지만 불필요한 매매로 안 봐도 됐던 손실이 아쉽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록 원칙이다. 


패자의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록


복기를 하려 해도 기록이 필요하다. 인간의 기억은 제멋대로다. 기억에 의존한 복기는 잘못된 편향만 심화시킨다. 복기를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차트가 감춰뒀던 오른쪽, 나중에 보면 그저 당연해 보이기만 한다.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답을 알면 시시해서 별로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복기라고는 하지 않는 지경이 된다면 트레이딩을 지속할 날도 얼마 안 남은 거다. 


복기는 트레이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며, 특히 손실 매매에 대한 복기가 더 중요하다. 손실의 원인이 진입에 있는지 청산에 있는지, 혹시 보유 중에 잘못된 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비교할 대상조차 없이 가치 있고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 혹시 실수가 끼어 있으면, 그것을 찾아 고치는 게 복기의 목적이다. 주식판은 패자의 게임이고, 이 게임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귀찮다는 것이 기록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장중에 매매를 할 때마다 건건히 기록하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장 마감 후로 미룰 수도 있지만, 정작 그 땐 왜 그런 매매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장이 끝나면 시장도 훑어보고 종목도 찾아봐야 한다는 건 기록을 생략하려는 핑계다. 기록 먼저 하고 봐도 되고, 하루쯤 안 본다고 대단한 기회를 놓치는 것도 아니다. 


귀찮은 일이 아니라면 꼭 해야 할 일도 아니다. 귀찮다는 건 해야 할 일일 가능성이 높다. 기록은 귀찮고, 해야 할 일이다. 기록하는 게 더 이상 귀찮지 않을 때까지는 기록이 먼저다. 마침내 기록하는 게 전혀 귀찮지 않다면, 기록부터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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