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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혹은 충분히 자주, 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는 날이 있다. 장 시작부터 하락 갭을 만들고 쭉쭉 빠지다가 갑자기 급반등하며 급기야 상승 전환하고, 뾰족한 봉우리를 만들며 마치 폭포수가 떨어지듯 다시 떨어졌다가 또 올랐다가.
질려서 그만 보고 싶은 만큼 봤지만,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 존경의 뜻은 아닌데, 참 치열하게도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다. 한 틱 한 틱 움직이는 게 다 돈인데, 종합지수를 저렇게 들쭉날쭉하게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돈도 돈이지만, 또 얼마나 쉬지 않고 매매를 해야 할까. 물론 그 중 상당 부분은 기계가 한다지만, 결과지를 받아보는 건 결국 사람인데, 그 사람은 또 얼마나 눈 아프게 모니터를 보고 있을까.
이럴 땐 나도 좀 거들어줘야 하나 싶기도 하다. 틱을 움직이는 데는 1주면 되니까. 매매를 유도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가련키도 하지만, 굳이 그들의 의도를 내가 충족시켜주고 싶지 않기도 하다. 몇 번 장단을 맞춰준 적도 있는데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는커녕, 계좌만 털렸다.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게 상책이다. 아니면 굿판을 떠나든가.
정말로 주식은 위험자산이다.
이런 날 변동성을 이용해 보겠다고 덤비는 건 이미 숱하게 저지른 실수다. 틱이 움직이는 걸 보면 단타를 치기에 충분해 보이고, 그러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오판도 한다. 변동성에 취해 평정심을 잃은 탓이다. 이런 날 지켜야 할 것은 돈이 아니라 평정심이다. HTS를 닫아 버리면 볼 것도 없긴 하지만, 그게 어려우니까 프로가 조언을 한 것이다. 프로의 조언은 아주 간단하고 아주 어렵다.
정말로 주식시장에 자비는 없다.
이런 날 평정심을 지키지 못한 트레이더는... 차마 말하기 싫을 정도로 비참해진다.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고, 맞기 싫으면 나가면 되긴 한다. 하지만 나가기는 싫고 맞기만 하는 게 분통이 터져서 결국 평정심을 잃는 순간 그들의 먹잇감이 된다. 물론 운이 좋다면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빠져나갔다고 다음에도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락은 최선을 다한다.
위 아래로 변동성이 큰 날, 하락 힘을 받은 종목은 (느낌상) 장 후반 지수는 반등하더라도 밑꼬리를 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밑꼬리를 달더라도 최저점에서 잡지 않았다면 수수료나 건질까 말까 한 수준이다. 이는 내 느낌일 뿐, 확률에 계산한 게 아니다. 내 느낌이 그렇다는 건 내가 그런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꼬리를 먹겠다는 시도는 안 하는 게 좋다. 분명한 건 그거 먹는다고 부자 되지 않는다.
돈 보다 먼저 지킬 평정심.
아무튼. 내가 돈을 가진 입장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장중에 평정심을 잃고 단타를 치러온 물량을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안 털리면 내일 털어도 된다. 단타는 말 그대로 단타라 금방 먹을 게 없으면 자르고 나간다. 최악은 단타를 노리고 들어왔다가 분노의 물타기가 되어 손실을 점점 키우는 것이다.
돈 판에서 돈을 이길 수 있는 건 오직 평정심.
장이 끝나고 밖에 나가면 세상은 유난히 별 일 없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하루 종일 요동을 친 주가와 비교가 돼서 그럴 수 있다. HTS만 보면 뭔가 일이 있어도 있는 것 같다가도, 평온하기 그지없는 바깥을 보면 결국 흔들린 건 이번에도 나 뿐이라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보면 거래량도 고만고만하다. 나 혼자 괜히 호들갑을 떤 것 같아 머쓱할 정도. 역시... 돈 판에서 돈으로 이길 수 없다면 유일한 무기는 평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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