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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한 끗 차이의 마지막 차이

헌책방IC 2018. 9. 6. 13:23

트레이딩에서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 딱 한 끗 차이다. 그것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당장은 구분할 수도 없을 차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 나는 확실히 안다. 원칙과 계획대로 했다면 잘한 거고, 그렇지 않고 어겼으면 잘못한 거다. 둘 중 무엇을 반복하느냐가 프로와 돈을 잃는 '대부분'의 차이를 가른다. 


주식을 언제 어디서 매매하든 혹은 매매하지 않든 자기 마음이다. 가령 음봉에선 사지 않는다는 원칙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런데 원칙이라는 게 항상 지킬 수 있다면 굳이 원칙으로 정하지도 않았을 거다. 원칙을 어기고 음봉에서 샀다면 그것이 수익이 났든 손실이 났든 잘못한 거다. 수익이 났으니 결과적으로 잘한 매매라고 할지도 모르나, 나는 안다. 그것이 원칙을 어긴 잘못의 결과라는 것을. 


둘 중 무엇을 반복하느냐의 차이. 


주식시장에서 처음부터 프로인 트레이더는 없다. 그리고 프로 트레이더가 뭔가 대단한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프로의 조언 중에 모르는 얘기가 있나? 프로가 단순한 매매를 지향하는 까닭도 있긴 하지만, 들어보면 전혀 비밀스러울 게 없고 딱히 전문적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누구나 알 법한 것들이다. 이제 막 주식시장에 입문한 초보나 프로나 별반 다를 건 없고, 때로는 초보가 더 나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왜 프로가 되지 못하나.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는 그 사소한 것을 반복해서 지켰고, 돈을 잃는 대부분은 그것이 사소하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어겼다. 매번 원칙을 어길 때마다 갖가지 이유를 붙인다. 꽤나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 이유가 그럴듯한 전문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정말로 옳았다고 해서 원칙을 어긴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에선 모든 일이 가능하고, 따라서 말이 안 되는 이유도 딱히 없다. 


먹이를 주는 놈이 자란다. 


저지른 잘못은 없어지지 않고 점점 자란다. 사소하다고 여겼던 단 하나의 실수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계좌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일이 한 두 번이었나.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매매에 임해 본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계좌가 별로 낳아지는 것도 없어 보이고, 그래서 또 다시 사소한 실수를 반복한다. 게다가 그 실수 덕분에 수익이 났던 적도 있으니까. 


그러나 결국 먹이를 주는 놈이 자라게 되어 있다. 시간이 걸리다 보니 처음엔 티가 안 날 뿐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 시간이 걸린다. 별다른 시간을 쏟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성과라면, 그 성과도 별다를 게 없다. 잘 키우다 보면 언제 컸는지도 모를 만큼 큰다. 그걸 기다리느냐 못 기다리느냐의 차이가 프로와 돈을 잃는 대부분의 사이에 있다. 


프로는 모른다는 것을 알고, 초보는 아는 것만 안다. 


딱 그 한 끗 차이다. 그래서 돈을 잃는 대부분은 트레이딩이 복잡한데, 스스로는 그것을 전문성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돈을 벌면 다행인데, 아는 것만 아는 것으로는 돈을 벌지 못한다.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과 아는 것만 아는 것은 추세를 먹고 사는 트레이더에게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 프로는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며 손절하지만, 대부분은 아는 것에 고집을 부리다 자멸한다.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 


한 끗 밖에 차이가 나지 않던 프로와 초보의 격차는 초보가 경험을 쌓을수록 점점 벌어진다. 프로는 자리를 지켰고 초보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친 결과다. 뭔가 잘해보려 할수록 일은 점점 꼬이기 일쑤다. '잘하는 것'이 아닌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그것 딱 하나만 받아들이면 반은 프로다. 딱 그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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