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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차트는 지나간 과거일 뿐?

헌책방IC 2018. 9. 4. 08:00

주식판에서 '대부분'은 돈을 잃는다. 그 중 일부는 차트에 속아 돈을 잃었다고 푸념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차트를 의심하며, 잘 알지도 못하는 가치나 소음에 불과한 뉴스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돈을 잃은 이유는 단지 그들이 돈을 잃는 '대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트쟁이를 자처하면서도 차트를 맹신하지 말라고도 하는데, 이는 본래의 뜻과 거리가 먼 표현이다. 맹신하지 말라는 말이 진입 전 매수 신호가 훼손되더라도 믿고 기다리라는 말은 아니다. 그건 차트를 믿은 게 아니라 스스로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이다. 매수 신호가 훼손됐을 때 지체 없이 손절하는 게 차트 매매의 기본이다. 


소위 말하는 '올라야 할 자리'는 매도세가 매수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자리인 경우가 많다. 어쩌다 한 번씩 그런 자리에서 주가가 정말로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음엔 꼭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뿐이다. 매번 오르는 매수 신호는 없다. 그걸 알면서도 왜 '내가 본' 매수 신호는 매번 오르길 바라고, 떨어지면 차트에 속았다고 하나.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칭하며 차트분석을 깎아 내리는 영업사원 혹은 연예인도 많다. 그들은 차트가 세력의 도화이지인, 그 농간에 넘어가지 말라고 한다. 대신 자신이 갖고 있는 비밀 정보를 사라는 말이다. 세력의 도화지인 것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비밀 정보의 가치를 담보하진 않는다. 일고의 가치도 없다. 


차트 분석 무용론에 관한 주장 중 반박할 수 없는 유일한 주장은 차트가 이미 지난 일이라는 거다. 누구도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차트 분석의 유용성을 조금이라도 훼손할 수 있는 근거는 못 된다. 


미래의 주가를 예측한다?


미래학은 미래엔 어떤 모습일 거라고 뜬구름을 잡는다거나 밑도 끝도 없이 예언을 하는 게 아니다. 미래의 범주는 현재 상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미래'는 말 그대로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는 현재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는 이미 과거다. 즉 미래 예측의 토대는 바로 과거부터 현재에 대한 분석이다. 


그리고 그 예측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사실 맞췄다, 틀렸다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 예측은 맞추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식이 작동하는 뇌구조라면 예측한 일이 정확히 일어나는 게 더 예외적인 일이다. 왜냐하면 모든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지 못한다면 예측이 맞는 건 거의 우연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차트는 믿고 말고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믿고 말고'와 아무 상관없이 이미 일어난 일이다. 이미 일어난 일 특히 반복해서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게 차트를 분석하는 원초적 이유 중 하나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주장에는 거리낌이 없으면서 차트 분석을 의심하는 건 모순적이다.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도 변하지 않는다. 100% 확신이 아닌 확률에 근거한 차트매매를 한다면 블랙스완 역시 대응할 경우의 수 중 하나일 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확실한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 그들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에는 100년이 훨씬 넘는 기간 동안 축적된 지식이 숨어있다. ... 기술적 분석이 발전해 온통 여기저기 매달리자 "가치주"라는 개념이 나왔고, 이어서 성장주 투자 이론도 나올 수 있었다. 

- 박정태 번역 '다우 이론' 해설 중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많은 수익을 내는 게 아니고, 모든 외국인이 차트 매매를 하는 것도 아니다. 기술적 분석만 믿었다가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어 회사를 파산시킨 대표적인 사례의 주인공이 외국인이다. 가격수용자가 되지 말라고 조언한 워렌 버핏이 차트 매매로 그 자리에 선 건 아니다. 


즉, 차트 매매가 돈을 버는 월등히 뛰어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동시에 차트 매매보다 더 월등히 뛰어난 장점만 있는 방법이 있지도 않다. 주식판에는 그저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을 뿐이다. 스스로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라면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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