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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더에게 실수란 '계획을 어기는 것'이다. 계획을 어긴 모든 매매는 실수다. 계획은 스스로 세운 원칙에 기반한다. 따라서 계획을 어긴 것은 곧 원칙을 어긴 것이다. 실수를 반복하며 원칙을 어기는 트레이더의 계좌는 우하향에서 돌아서지 못한다. 계좌는 버티기만 한다고 해서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그럼 계획이 없으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사라지는 건가. 

많은 트레이더가 계획 없이 매매에 임한다... 고 한다. 예전 내 모습을 떠올리면 믿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머릿속 희망으로 매매하는 건 계획이 아니다. '기록' 없는 매매는 계획이 아니고, 장중에 계획을 수정하는 것 역시 계획을 어긴 것과 다르지 않다. 운 좋게 수익이 날 수도 있지만, 지속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트레이딩은 실수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장 전에 오늘 예상되는 실수를 미리 적어 놓으면 실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프로의 조언. 따라했다.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게 그것이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고. 천연색으로 도배되어 번쩍이는 HTS는 카지노 모니터를 설계한 의도와 같다. 수시로 바뀌는 내 재산에 마음이 들썩이다보면, 장 전에 해뒀던 메모엔 눈길도 가지 않는다. 장이 끝나면 더 못 먹은 수익이 아른 거리고, 피 같은 손실이 눈에 밟힌다. 한동안 잠잠하다가도 결국 또 원칙 없는 매매, 계획을 어긴 매매가 튀어 나온다. 


수익만 나면 되는 거 아닌가. 

실수를 해도 얼마든 수익이 날 수 있다. 원칙을 지킨답시고 날려 먹은 수익이 도대체 얼마인지 생각하면, 원칙을 지킨 게 억울할 때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시장이 트레이더를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방법이기도 하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수익은 반드시 그 이상 토해내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딱 한 번의 실수로 한 달 동안 야금야금 벌었던 것을 모두 토해내고, 그것에 심리가 흔들려 뇌동매매하다가 일년 아니 그동안 계좌에 모았던 돈을 뭉텅이로 날리는 게 예사다. 


손실 자체는 실수가 아니다. 

손실은 피하려고 할수록 커진다. 첫 손실이 가장 작은 손실이고, 그것을 빨리 인정해야 곤경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곤경은 해결하려하기 보다 애초에 빠지지 않는 게 좋다. 세상 그 어떤 트레이더도 이런 곤경에서 자유롭지 않다. 누구나 손실을 입는다. 손실이 날 때마다 원칙을 부정하고 계획을 의심한다면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믿을 거라고는 나 밖에 없다.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트레이딩룸을 들어서는 아침마다 제 발로 지옥을 찾아 들어가는 기분마저 든다. 


복잡하고 어려운 원칙 vs. 간단하고 쉬운 원칙. 


결국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원칙을 점검하는데, 문제는 그럴수록 원칙이... 좋게 말하면 정교해진다고 말할 수 있지만, 착각이고 심각한 오류에 빠지게 되는 불상사다. 원칙은 복잡해질수록 지키기 어려워진다. 엑셀에 이런저런 수식을 넣고 사례를 수집해 백테스팅하며 그럴싸한 원칙을 하나 만들면 드디어 '나만의 원칙'을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들기도 하지만, 지키지 못하면 없느니만 못하다. 흔들리는 심리를 다잡기 위해 여기저기서 좋은 말은 다 끌어 모아 십계명을 만들지만, 정작 장중엔 쳐다보지도 않는다. 


물론 그런 원칙도 쓸모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남들에게 '있어 보이는' 척을 하는 게 목적이라면 나쁘지 않다. 아직 돈을 덜 잃은 사람들에게는 뻔하고 쉬운 말보다는 '있어 보이는' 것들이 더 잘 먹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원칙은 간단하고, 간단한 것 중에도 가장 지키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다만 그 하나로 당장 돈을 벌지는 못한다. 돈을 벌려고 덤비기 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습관을 들이는 게 우선이다. 원칙을 어기는 것도 습관이고, 지키는 것도 습관이다. 원칙을 어기는 습관이 지속되면 자책만 늘어나고, 그런 심리로는 결코 이 시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자리 잡는데 시간이 오래 거릴는 습관인 점을 고려하면, 그 시작은 지키기 쉬운 단 하나의 간단한 원칙이어야 한다는 것. 돈을 잃어 눈이 먼 게 아니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선택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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