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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돌파의 절반은 매도 신호

헌책방IC 2018. 8. 22. 12:41

차트를 잘 보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니다. 세상 모든 차트분석을 통달한다 해도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차트를 본 대로만 매매할 수 있다면 트레이딩의 어려움은 한결 줄어든다. 본 대로 못 하니까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다. 심리적 요소를 간과하면 '줘도 못 먹는' 경우가 태반이고, 차라리 차트를 모르느니만 못하다. 


차트분석이 쓸모없다는 무지몽매한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차트를 본다. 다만 똑같은 차트에 대한 해석과 이용 방법이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차트를 귀신처럼 읽은 것만으로는 결코 돈을 벌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령 돌파. 팔고 싶은 사람은 돌파를 강세 신호라고 한다. 반대로 이탈을 약세 신호라고 말하는 건 사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돌파나 이탈이 일어날 때 거래가 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정말로 강세 신호일 때도 있고, 정말로 약세 신호일 때도 있다. 한 마디로, 그 때 그 때 다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차트분석 무용론을 주장한다. 이는 차트에서 성배를 찾지 못했다는 불평과 다를 게 없다. 


만약 돌파가 일어날 때마다 주가가 오른다면 주식판에서 돈을 못 벌 사람이 어디 있겠나. 눈이 있다면 누구나 볼 수 있고, 주식판은 누구나 돈 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돌파 후 상승하는 경우는 돌파 후 반락하는 경우 만큼이나 많다. '저항'이 있는 이유다. 이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지' 받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예측이 필수다. 주식은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 아니다. 대응을 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예측하지 말라는 건 '예측'의 의미를 '기대'나 '희망'으로 오해했기 때문이거나, '묻지마 투자'를 권하는 것과 같다. 예측은 그런 게 아니다. 내일의 날씨를 예측할 때 누구도 '기대'나 '희망'에 근거하지 않는 것처럼. 


대응이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에 맞춰 행동을 취하는 것인데, 이 행동 방침이 바로 예측이다. 주가가 오를 것을 예측하고 매수했다면, 예측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행동 방침이 필요하다. 떨어지는 주가를 부정하며 심리 동요를 일으킨다는 것은 행동 방침을 어겼거나, 애초에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오를 거야, 떨어질 리 없어. 


아무런 예측 없이 매수했다면, 주가가 내릴 때 허둥지둥 갈피를 못 잡기도 한다. 오를 걸 예상했는데 떨어지면 팔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그 어렵다는 손절을 덜컥 실행하는 게 성급해 보이기도 한다. 진입은 덜컥 해 놓고 말이다. 분명한 건 하락을 부정한다고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고, 심리 동요는 손실 확대를 부채질할 뿐이다. 


정확성이 높은 차트 신호나 지표는 영원히 없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누구나 그것을 따를 거고, 곧 쓸모없게 된다. 따라서 트레이더가 추구할 것은 알려진 수익 기법이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비법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알려지지 않았기에 쓸모가 없을 뿐더러, 주식시장에서는 그 어떤 차트 비법도 심리를 관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대중과 거리를 두는 프로는 남들이 주목하는 매수 자리는 피하고, 남들이 공포에 질려 있는 자리를 공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프로의 영역이다. 프로가 아니라면 누구나 보는 신호만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충분하다. 주가가 예측과 달리 진행될 때, 미리 계획해 둔 행동 방침을 심리 동요 없이 지킬 수만 있다면 말이다. 신호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행동 방침을 빈틈없이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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