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손절한 그 자리가 최저점?

괜찮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트레이딩을 하면서 숱하게 겪어야 할 경험 중 하나일 뿐이다. 

손절할 만큼 하락했다면, 하락 추세라고 판단한 거다. 

하락 추세는 어차피 더 떨어진다. 몇 일간 저점을 경신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승하는 건 아니다. 설령 상승한다고 해도 수익이 날 만큼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딩은 손실 복구를 위해 하는 게 아니다. 상승을 기대한 종목이 손절선을 이탈했다면 청산하는 게 올바른 트레이딩이다. 

특히 추세 추종 매매를 한다면서 누가 봐도 뻔한 하락 추세 종목을 보유하는 건 심리적인 부조화를 유발한다. 이것이 심각한 이유는 다른 매매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차, 3차 손실을 유발하는 '썩은 귤'이 되는 것이다. '썩은 귤' 하나가 귤 바구니 전체를 망칠 수 있다. 

혹시 내가 추세를 잘못 판단해 수익 전환은 물론 더 큰 상승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최저점 매도를 아쉬워 할 일이 아니다. 추세 파단 기준이나 손절선 설정에 잘못된 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게 훨씬 현명하다. 다만, 100% 들어맞는 기법은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꼭 잘못한 게 아니어도, 내 판단 기준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얼만든지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르고. 

황당하리만큼 오만한 생각이다. 주가는 '나' 하나 골탕 먹이자고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마치 내가 주가 등락에 어떤 영향이라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주가는 어느 자리까지 오르면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 자리까지 내리면 오르기도 한다. 모든 고점과 저점은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에 만들어진 건데, 그 거래에 참여한 사람이 정말 나 하나였을까? 그럴 확률은 내가 정확히 고점과 저점을 맞출 확률만큼이나 낮은 확률이다.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거다. 만약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팔고 싶은 자리에서 사고, 사고 싶은 자리에서 팔면 된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100% 맞는 기법을 왜 포기하나. 

단지, 군중심리에 휩싸인 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할 일이다. 누구나 보는 자리에서 진입하고 누구나 보는 자리에서 손절하면서, 매번 누구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보는 자리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때 주저 없이 인정하고 원칙대로 포지션을 청산하는 게 중요하다. 

팔았는데 오른다고 잘못 판 것도 아니고, 약 오를 일도 아니다. 

만약 잘못 팔았다고 욕을 할 거면 내 자신에게 해야 한다. 누굴 탓할 수도 없고, 탓한다고 그 누가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듣지도 않는다. 모든 매매는 자기 책임이다. 따라서 욕을 한다면 내 자신이 욕을 듣는 대상이어야 하는데, 트레이딩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 아니다. 잘못을 했다면 반복하지 않도록 고칠 일이다. 욕한다고 해결될 거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잘못은 없다. 

약 오를 필요도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게 바로 그거다. 그들이 원하는 걸 내가 해줄 필요는 없다. 살살 약 올려서 감정적 대응, 평소라면 하지 않을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게 감정의 바다, 주식시장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매일매일 그렇게 그들에게 놀아나서야 얼마나 이 시장에서 버틸 수 있겠나. 돈을 번다고 해도 정신착란에 시달릴 것이다. 

내가 손절한 그 자리가 최저점일 때, 누군들 마음이 편하기만 하겠나. 사람이라면 불편한 게 당연하다. 프로 트레이더는 그 불편함을 이용하지만, 극소수의 프로를 제외한 대부분은 그 불편함 때문에 자멸한다. 불편함을 이용하는 수준까지는 아직 못되더라도, 자멸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저 손실 매매의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잊지 말고,  잘못된 점을 찾아 고치는 것만 꾸준히 반복할 일이다. 최저점에라도 손절을 한 건 그래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잘한 일이다. 해결만 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문제가 분명히 밝혀지는 것이고, 다음 트레이딩을 시도할 자본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