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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erge. 수면 아래에 있던 뭔가가 떠오르면 'emerged'라고 쓴다. 이미 수면 위에 있던 누군가가 다시 밀어 넣으면 언제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직 'ing'이기 때문이다. 물 밖으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언제든 익사할 수 있다. 


신흥시장?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매치가 껄끄럽다. 의도를 내포한 작위적 표현이다. 영어를 한글로 써 '이머징 마켓'하니까 그 뜻이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개발된(developed) 시장은 아니다. 잠재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위험성도 상존한다. 지켜보다가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해가 된다면 물 밑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는 무의식이 emerging market이라는 표현을 상용화 한지도 모르겠다. 


[출처 : A Wealth of Common Sense]


잘 보이지도 않는 숫자를 굳이 복사해서 붙여 넣은 이유는... 이 정도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과연 오를 때가 있긴 했나, 숫자를 잘못 넣은 건 아닌가, 싶은 정도다. 1996년 1999년 2017년을 빼면 매년 위기였던 것 같다. 96년은 주식에 관심조차 없을 때라 모르겠고, 99년은 외환위기 후, 17년은 금융위기 후다. 상승에 따른 수익을 누릴 만한 트레이더가 남아 있기엔 직전 하락이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그 때에 비해 올랐고, 시가총액도 늘었다... 고 보기엔, 뺄 종목은 빼고 시총 상위에 포진한 새로 넣은 종목은 많다. 지수 산출 방식의 우아함 덕분에 지수는 올랐지만, 그 사이 피눈물을 흘리며 쫓겨난 트레이더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정도면, 공매도라도 원 없이 칠 수 있는 ATM 명성 덕분에 외국인 구경이라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데도 손실 관리 없이 돈을 벌 수 있겠나. 

하락 이후 상승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그 상승은 하락을 견뎌낸 자들의 몫이다. 하락의 끝에서 시작하는 상승을 쓸어 담은 사람들이 슬슬 수익실현을 시작할 때쯤이나 되어야 '주식으로 돈 좀 벌어볼까'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그 하나둘은 남은 상승으로 돈을 좀 벌기도 하고, 마지막에 올라탄 사람부터 하나둘 돈을 잃기 시작한다. 


Emerging markets are ridiculously volatile. 

변동성이 크다는 건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high risk, high return'은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떠넘기기 위한 마케팅 표현(좋게 말하면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위험을 감추고 속이기 위한 '사기')일 뿐, 리턴이 크다면 리스크는 그만큼 적은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그러한 변동성이 그냥 큰 것도 아니고 'ridiculously' 하다는 게 이머징 마켓을 바라보는 그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Bear markets are the norm in emerging markets. 

이머징 마켓은 위험하다. 간혹 이례적인 상승이 나오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는 게 숫자로 뻔히 나와 있다. 주식 중에 흔히 말하는 '잡주'와 비슷하다.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 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제쳐두고 long position을 쌓을 이유가 없다. 자투리 돈으로 '혹시' 하며 넣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데도 손실 관리 없이 살아남을 수 있겠나. 

이런 시장인지 알고 뛰어들어건 모르고 뛰어들었건, 자발적으로 나갈 게 아니라면 손실 관리가 제1순위다. 그렇지 않으면 등 떠밀려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손대는 족족 손실은 하나도 없이 수익만 바란다면, 결국 헛발질로 인해 체력이 다해 익사당하고 만다. 특히 하락 구간에서 괜히 살아보겠다고 심지어 수익을 바라며 발버둥 치다간 제풀에 지쳐 쓸려 내려가고 말 것이다. 


손실은 일상다반사다. 

잡주는 비록 약세 구간이 더 흔하지만, 한번 터지면 그간의 하락을 훨씬 뛰어넘는 상승이 나오기도 한다. 또, 상승을 시작하면 섣불리 추격매수하기가 쉽지 않다. 갖은 자들의 몫인 것이고, 없는 자들에겐 못 먹는 떡이 되는 것이다. 그 상승에서 내 몫을 챙기려면 일상적인 손실을 잘 견뎌내면서 심리를 단련하고, 그렇게 단련한 심리로 큰 손실의 싹을 자르며, 묵묵히 기다리는 게 올바른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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