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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단상

주식, 긴 여정 긴 호흡으로

헌책방IC 2018. 4. 28. 11:46

주식은 안 하는 게 좋다. 그래도 꼭 하겠다면 길게 봐야 한다. 길게 하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주식에 정답은 없으니까. 그리고 오답도 없고. 


필립 피셔. 거의 완전한 투자 철학을 갖추는데 40여 년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거의 완전한'이지, '완전한'은 아니다. 누구나 그 만큼은 경험을 쌓아야 투자 철학을 갖춘다는 건 아니다. 주목할 건 40여 년 넘게 주식판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본인의 투자 철학을 '완전하다'고 말하진 않는다는 거다. 


"어떤 투자 철학도 하루 아침에, 아니 한두 해 정도의 짧은 기간에 완성될 수 없다."

- 필립 피셔.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주식이 어려워서 도저히 못해먹겠다면, 과연 나는 얼마나 진지하게 주식에 전념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감히 나는 주식을 '어렵다'고 말할 자격이라도 있나. 주식을 얼마나 얕잡아 봤으면, 몇 년이나 했다고 주식판에서 돈 버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있나. 불가능한 것을 해낸 사람들이 저렇게 많다면, 그건 단지 내 문제다. 주식판에서 돈 버는 게 불가능한 게 아니라, 나는 뭘 해도 금방 포기하고 불만에 가득 찬 사람인 것이다. 


"첫 해에 성공적인 수익률을 거두느냐, 아니면 실망스러운 수익률을 거두느냐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상당 부분 운에 달려 있다."

"(초창기) 이 두 해(거리에서 신문을 팔았더라도 충분히 벌 수 있는 수익을 낸)의 경험이 바탕이 돼 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 이 기간은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수익을 올렸던 해였다."

- 필립 피셔. 


주식판에서 돈을 잃는 대부분은 초심자의 행운을 대개 실력으로 착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흔한 초심자의 행운도 없는 경우도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어쨌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듯 주식판도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려 생존방법을 터득한 후에야 비로소 돈 버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어땠나? 서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전에 뛰려고 하니, 넘어져 무릎이 깨지는 거다. 


언제쯤이 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하지만 빨리 돈을 벌고 싶어 하면 빨리 잃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돈을 버는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가입비가 필요하다. 정액제가 아니라서 사람마다 부르는 가격도 다르다. 시장을 거스르지 않고 말을 잘 들으면 한 5년이면 될 수도 있고, 시장을 거역하며 고집을 부리면 평생 모든 돈을 쏟아 붓는다 해도 영영 프로는 못 될 수도 있다. 


내가 웃으면 세상도 웃고, 내가 울면 나 혼자 운다. 


주식쟁이로서의 삶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분명한 건 주식을 하는 과정이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면 그 끝은 볼 것도 없다는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웃을 수 있고, 과정이 좋았다면... 결과도 좋다... 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다만, 과정이 좋았다면 결과가 어떨지라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감수하지 못할 결과가 두렵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포기할 게 아니라면,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웃으며, 하루하루에 충실할 일이다. 


누구나 힘들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 과정을 긴 호흡으로 웃으며 견뎌낸 사람이다. 가입비도 내지 않고 무임승차 해봤자 멀리 못 간다. 남들 보다 더 힘든 날이 부지기수일 거고, 나만 힘든 날도 숱할 거다. 그 모든 날들이 허투루 버려지는 날이 되지 않도록, 오늘도 긴 호흡으로 웃으며 살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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