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이번 한 번만... 지키자.

원칙. 스스로 세운 원칙만 지켜도 트레이딩은 덜 어렵다. 트레이딩이 어려운 이유는 원칙을 어기기 때문이지, 트레이딩 자체는 어려운 것도 쉬운 것도 아니다.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 

① 원칙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② 원칙을 지켰으나, 손실이 연속되면서. ③ 원칙이 너무 많아서. ④ 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니까. 더 나열할 수도 있다.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게 원칙이다. 원칙을 지키는 게 쉽다면 굳이 그것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 

① 주식은 믿음을 거래하는 것이다. 주식으로 투자를 하든 도박을 하든 투기를 하든, 본인 마음이다. 만약 투기를 한다면, 손절을 미루며 투자로 변질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손절 원칙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손절은 어렵다. 손절에 대한 믿음은 항상 의심의 공격을 받는다.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그걸 열거할 시간에 '무조건' 믿음을 강화하는 게 낫다. 

② 때로는 원칙을 지켰지만, 손실이 연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또 다시 의심의 공격을 받는다. 그래서 원칙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원칙을 추가한다. 그런데. 프로 트레이더들은 10번 중 5번, 심지어 10번 중 3번만 수익이 나도 충분히 돈을 번다고 한다. 하필이면 손실이 연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연속 손실이 난다고 원칙을 의심하는 건, 원칙을 검증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애초에 원칙에 대한 믿음이 없었거다. 

③ 그것을 충분히 검증할 여유를 가진 트레이더는 극소수다. 대부분은 기존 원칙을 폐기하고 다른 원칙을 고른다. 지키지 못하는 원칙은 버리고, 지키기에 만만해 보이는 원칙을 택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다른 부류는 원칙을 추가한다. 그것이 복잡해질수록 뭔가 대단한 성배에 근접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전 매매에 임하면 기억도 나지 않고, 그 모든 원칙에 부합하는 매매 대상도 찾을 수 없다. 결국 또 원칙을 어긴다. 

④ 원칙을 어기는 경험이 누적될수록, 원칙을 어기는 건 점점 쉬워진다. '원칙? 그런 게 무슨 소요인가. 돈만 벌면 되지.' 한다. 그렇게 해서 돈을 벌었으면, 원칙을 어기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면 된다. 그러나 돈을 잃었다면 원인을 바꿔야 한다. 주식으로 돈을 잃는 건 하락 때문이 아니다.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할 뿐이다. 주식으로 돈을 잃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도저히 지키기 어려울 때, 이번 한 번만 어기자 vs. 이번 한 번만 지키자. 

정말 지킬 수 없을 때 지켜야 하는 게 원칙이다. 내킬 때(수월하게 지킬 수 있을 때)는 지키고, 지키기 어려울 때는 어기는 게 무슨 원칙이겠나. 그러나 어김없이 '이번 한 번만'의 순간은 찾아온다. '이번 한 번만' 원칙을 어겼을 때 수익이 났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원칙을 지킨 손실을 감사히 여기고, 원칙을 어긴 후의 수익은 '독'이라는 프로의 조언을 나는 믿는다. 장기적인 양의 기댓값 구축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적절한 원칙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지켜야 한다. 원칙을 어기고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결정이다. 원칙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결정. 성공을 위해 세운 원칙 따위는 무시하고, 절대로 성공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정.

유연한 대처? 재량적 트레이딩? 그런 건 이제 막 입문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와 그 반대편의 프로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원칙을 어겨서 손실을 입고, 스스로 프로의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안다면(계좌가 말해 준다), 원칙 준수만이 살 길이다. 트레이딩을 하면 수시로 찾아오는 '이번 한 번만'의 위기. 지금껏, 딱 그 때 한 번만 원칙을 지켰더라면, 내 계좌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상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