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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이 얼마나 단순한 것인지 아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고도 또 오랜 기간을 두고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그 단순한 기본 원칙을 지켜나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 터틀의 방식, 커티스 페이스(2007)


트레이딩이 얼마나 단순한지 아는 것. 

매매를 처음 시작할 때는 뭣도 모르고 한다. 그러다 매매 경험이 쌓일수록, 정확히는 손실 경험이 늘어날수록 매매는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차트만 보다가 손실 경험에 화들짝 놀라 재무분석을 시도하고, 그러다 뉴스 분석까지 곁들이고, 결국 이런 분석보다 심리 관리가 더 중요하다 싶어서 이런저런 지켜야 할 심리 원칙을 정하고. 그럴수록 머릿속은 점점 어지러워지고, 매매는 점점 모르겠는 지경에 빠진다. 


결국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홀딩. 이게 전부다. 

처음에 알았던 그것이다. 뭔가 오묘하고 내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단순하다. 그동안 뻘짓을 한 건가? 아니다. 그 때 알았던 것과 지금 아는 것은 다르다. 유치원생이 '사람은 죽은다'고 말하는 것과 노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다른 것과 같다. 아무튼. 처음부터 그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하면 된다. 떨어지면 팔고, 오르면 홀딩. 


그런데 그걸 지키는 게 또 얼마나 어려운지. 

나름 주식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공부하는 것보다, 눈에 불을 켜고 종목을 찾아 매매에 집중하는 것보다,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훨씬 어렵다. 손가락이 근질 거려 뭐라도 하고 싶은데,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바라야 하나? 그래야 매도 주문이라도 한번 내보려나? 그런데 막상 떨어지면 또 팔지 못한다. 오히려 작은 수익이 사라질까봐 오르는 종목을 팔아치우기 바쁘다. 인내는 바닥나고 조바심만 늘어간다. 


단순하지 못하다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 

'그래, 떨어지면 팔면 된다'고 마음을 먹고 지킨다고 해서 만사 OK는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해선 안 될 이유'가 떠오르고, HTS 앞에만 앉으면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또 떠오른다. '그럼 돈은 언제 버나'하는 생각도 떠오르고, '더 좋아 보이는 방법'도 떠오른다. 모두 의심과 조급함에서 비롯된 생각들이다. 결국 마음을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뭔가 복잡해진다. 


1 + 1 = ? 0.5 + 1.5 = ? 3.13 - 1.13 = ?

답은 모두 2다. 매매도 마찬가지다. 뭘 얼마나 복잡하게 만든다 해도 답은 하나다. 이래서 어쩌고, 저래서 저쩌고 해봐야, 결국 매매는 내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서 돈을 번다. 그러려고 샀으니 오르면 홀딩하면 되고, 떨어지면 팔면 된다. 그게 전부다. 그저 인간의 뇌가 그렇게 단순한 꼴을 못 보고, 인간의 심리가 오만가지에 영향을 받아 흔들리기 때문에 그 단순한 걸 굳이 어렵게 만들어 지키지 못하게 한다. 


주식이 그렇게 쉬운 줄 아냐, 그럼 누가 주식 못하냐. 

나도 그랬고, 그래서 많은 돈을 잃었다. 그렇게 쉬운 걸 지키는 게 그렇게 어려워서 여전히 이 모양이다. 트레이딩이 어려운 것은 지식이나 정보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트레이딩은 아는 것을 지키기만 해도 훨씬 덜 어렵다. 지금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식을 처음 시작할 때 알았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처럼. 따라서 모든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cut losses and let profits run. 이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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