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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주식은 누가 덜 바보인지 시험하곤 한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는 OX 퀴즈를 내는데, 번번이 틀리는 트레이더가 끊이지 않는다. 정말로 답을 몰라서 틀린 거라면, 배우고 다음부터 맞추면 된다. 답을 알면서도 틀리니까 문제가 계속되는 것이다.
트레이더가 맞닥뜨리는 퀴즈는 수도 없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현금 보유다. 그걸 틀린다는 게 평상시에는 이해할 수 없다. 답을 알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막상 문제지를 받으면 기어코 오답을 고르고야 만다. 문제가 너무 쉬워서 출제자의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며, 주식으로 바꿔놔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시간은 돈이 아니다. 돈도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시간은 시간이고 돈은 돈이다.
항상 현금을 보유하라. 현금은 실탄이다. - 역전의 승부사 제시 리버모어
현금 보다는 떨어지더라도 주식.
손절가를 이탈한 종목. 계획대로 손절을 하려다가... '잠깐! 뭐, 살 게 있나?' 한다. 새로 살 종목이 없다고 손절을 하지 않는다. 현금이 무슨 시한폭탄도 아닌데, 곧장 살 종목이 없다는 이유로 현금 대신 떨어지는 주식을 고른다. X. 또 틀렸다. 스스로를 믿는다면 스스로 정한 손절가를 지켜야 한다. 손절가를 이탈한 종목은 대개 추가하락이 나오거나 횡보, 그러니까 오르지 못한다. 주식은 위험자산이고 오르지 못하는 주식은 안전자신인 현금보다 나을 게 하나도 없다. 더구나 추가하락이라도 나온다면 그거야 말로 시한폭탄이 터진 거다. 바보가 아닌 이상 현금을 골라야 하는 건 당연하다.
현금이 없었다면 사지 않았을 종목.
다행히 손절을 했다 쳐도 문제의 소지는 여전하다. 손절 말고 익절을 해도 마찬가지다. 어찌됐든 생긴 현금. 그대로 두는 게 어쩐지 아까워 매수신호도 없는 종목에 신규 진입한다. 일이 잘 풀려서 또 수익이 나면 좋지만, 스스로 정한 매수신호를 지키지 않은 진입은 손익과 상관없이 조만간 독이 되어 돌아온다. 행여 손실이라도 난다면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자괴감으로 인한 심리적 손실까지 더해져, 그 전에 얻었던 수익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이런 경험이 한 번 두 번 쌓여 파산에 이르는 것이다.
놀리면 안 되는 것은 현금이 아니라, 경험.
어떤 프로는 계좌에 항상 일정 비중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라고 조언한다. 그럼에도 돈을 잃는 대부분은 계좌에 현금이 남아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현금을 아예 별도의 계좌로 옮겨 놓기도 한다. 그래봤자 소용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다시 생각하게 되고, 또 한번쯤은 이체하기 귀찮아서 현금을 두기도 한다.
그러면 자연히 매매 계좌엔 주식을 사고 남은 자투리 돈이 남는다. 어쩔 땐 그마저도 소진하기 위해 천원 짜리 주식을 한 주라도 더 산다. 천원 짜리 한 주로 두 배가 올라봐야 천원인데, 막상 살 때는 그 한 주가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복기해보면, 원칙대로 매매하다가 생긴 현금을 그냥 그대로 보유하기만 했어도 내 계좌는 지금보다 상태가 낫다. 그냥 나은 정도가 아니라 훨씬 낫다. 돈을 벌어보겠다고 발버둥을 친 것보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더라면 몇 종목에서 얻은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이 내 계좌에 있을 것이다. 주식판에서 돈은 벌어야지만 버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도 버는 것인데, 한 마리 토끼만 쫓다가 둘 다를 놓치는 격이다. 보통 쓰던 속담과는 정반대다.
어떻게든 돈을 쉴 새 없이 굴려서 빨리 돈을 벌려는 조급증. 만약 그럴 만한 실력에 그럴 만한 시장 상황이 받쳐준다면 말릴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실력도 없이 마음만 앞서는 건 최선을 다해 파산을 앞당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급함이 없으면 돈을 번다는 보장은 없지만, 조급함이 앞서는 트레이더는 언제 망해도 망한다.
주식을 많이 갖고 있으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주식을 안 갖고 있어야 돈을 번다. 다섯 종목 중 네 종목이 올라도 딱 한 종목 때문에 그날의 실적이 손실로 마감된 날, 한 두 번인가? 반대로 딱 한 종목이 오르고 나머지는 고만고만한 약보합일 때 수익 마감한 적도 얼마나 많은가?
시장이 주는 명백한 하락 신호. 그 신호를 지키기만 해도 시장에서 쫓겨날 일은 없다. 시장은 하락 구간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나갈 기회를 주고, 다른 종목에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도 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청산을 미루거나, 상승 힘이 소진된 종목에 진입을 하다가 결국 하락 구간 내내 고생을 하는 것이다. 현금 보유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하락 구간에서 불어나는 손실을 보는 것보다는 어렵지 않다. 주식은 현금을 소진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팔기 위해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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